프리모 이퀴의 철학과, 데카 트랜의 그림자
빠르게 탈 것인가, 오래 쌓을 것인가 — 프리모·이퀴의 철학과 데카·트렌의 그림자
우리는 빠르다.
몸을 만든다는 일이 ‘일주일 단위의 변화’를 요구받는 시대가 됐다.
펌핑이 약하면 약이 안 듣는 거고, 체중이 안 늘면 루틴이 틀린 거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묻는다.
“트렌 넣을까요? 파라볼란은요? 데카는 몇 cc까지 괜찮나요?”
하지만 오래된 바디빌더들은 다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이퀴포이즈, 프리모볼란이라는
시간이 쌓아 올리는 약물들을 선택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변화하는 그 약물들을 믿었다.
왜냐면 그 약들은 몸과의 싸움이 아니라, 몸과의 협업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트렌과 데카는 다르다.
트렌은 강하다. 단 몇 주 만에 근질이 갈라지고,
펌핑은 폭발하고, 눈빛은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그 대가로 사람은 사람 같지 않게 된다.
잠이 안 오고, 쉽게 화나고, 감정의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심장은 빨라지고, 폐는 무거워지고, 성욕은 올라가다가 바닥을 찍는다.
무게는 들리지만, 삶은 무너진다.
데카는 더 무섭다.
처음엔 관절도 편하고, 부피도 잘 붙고, 마치 ‘부드러운 벌크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체수분은 늘고, 내 몸은 나른해지며, 자연 테스토스테론은 조용히 사라진다.
‘데카딕’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성기능 저하, 무기력감, 고환 위축, 심리적 저하…
그리고 회복엔 긴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완전한 회복’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프리모와 이퀴를 권한다.
그건 약을 쓰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약에 먹히지 말자”는 뜻이다.
그건 빠르지 않지만, 오래 간다.
그건 강하지 않지만, 지탱된다.
그건 무대 위의 30초를 위해 30일을 불태우는 약이 아니라,
5년 뒤에도 건강하게 살아있는 내 몸을 위한 선택이다.
몸을 빠르게 만든다는 건 쉽다.
하지만 그 몸을 5년, 10년 유지하는 건 어렵다.
그건 트렌이 아니라, 절제된 선택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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